작가 노트
도심 속 푸르른 녹지는 사람들을 숨 쉬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휴식을 취한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 데이트하는 젊은 연인들,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인천대공원 숲길을 거닐다 보면 이곳이 도시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또한 대공원에는 수목원과, 식물원, 야외공연장, 생태 숲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며, 관모산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동물원, 생태 관찰로도 어린이들의 학습장이 된다. 근래에는 마라토너들이 이곳에서 훈련 코스로도 찾아 건강과 힐링(Healing)으로 심신을 다듬는다.
숲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라고도 한다. 자주 보는 평범한 숲이지만 숲에서 얻어지는 언어적 사유와 그 이면에 또 다른 현대성을 발견해 보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작업을 하면서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복, 운동의 행태, 종류 등 다양한 체험이 전개되고 숲 또한 자연을 유지하며 언제나 같은 것 같으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숲을 이루니 항상 새로운 숲은 즐거움을 연출하고 순환적 자연의 순리에서 이유를 찾는다. 터널 같은 숲길에 안개가 몰려 올 때는 환상의 무대 그 자체다. 그 길을 달리는 마라토너, 자전거 타는 새벽길에서 그들이 부러웠지만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셔터만 눌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 는 신념으로 나는
공원으로 가는 장수천, 인천대공원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인천의 생태공원으로서 유일하게 잘 보존 되어있기 때문에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은 후대에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 한다. 그러므로 이 사진전은 공원에서 촬영한 숲의 변화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결과물에 대한 책자 발간과 전시를 통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고 볼거리와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아직 진행 중에 있는 공원의 숲에 대한 단편적 보고라 할 수 있다.
윤지한
(서평)
숲 속에 - 인천 대공원
윤지한의 숲속 사진에는 찰나의 순간이 포착된 빛의 번짐과 숨결이 있다. 생명을 움트게 만드는 근원적인 그 빛의 존재감은 그러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 직접적으로 사물을 비추어 형태를 드러내고 색채를 드리우는 그런 빛도 있고 역광의 어두운 배경에 폭포수 같은 빛줄기 모습도 있지만, 윤지한의 사진에 등장하는 빛의 근원적인 존재감은 사계절의 변화와 각종 식물과 나무와 꽃들에서 피어오르는 신비로운 빛의 향연에 있다. 과연 그것은 볼 수 있을까?
식물의 줄기를 타고 번졌을 생명을 키워낸 광합성작용의 주 재료 빛은 우리의 시야 밖에 있는 것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근원적인 에너지다. 숲 속에는 빛이 만들어내는 생명의 아우성이 매 순간 벌어진다. 그 존재감을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지독하고 느리게 변화되는 모습을 한 순간 번개처럼 포착하는 일이다. 이것은 인간의 지각으로 포착되지 않는 것이지만, 사진매체는 바로 그 존재감을 잡아낸다. 엑스레이 광선에 투사된 사진으로 관찰 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진이미지의 특성상 일상에서는 흘려버릴 수 있는 대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천천히 관찰하고 사유하면서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서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과학적 관찰이 아니라 사진의 현상학적인 이미지를 자신의 기억과 접목시키고 태곳적 선험적 자아와 만나는 경험이다. 비록 그것이 진짜 자연이 아닐 지라도 사진이미지상상력은 이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에서 흔히 우리가 보게 되는 세밀한 디테일과 미묘한 포즈는 정형화된 화면의 구도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대상의 즉물적인 시선에 사로잡힐 수 있다.
윤지한은 같은 장소를 오랫동안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그런 결과 숲속의 변화되는 과정을 비교분석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수의 숲속 사진들을 가지게 되었다. 매번 갈 때 마다 같은 숲의 모습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윤지한의 사진 앵글은 프레임에서 구도를 정형화 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알게 된다. 기껏해야 사진에서 잡아내는 구도라는 것이 자연의 신비로운 변화 앞에서 잔재주를 부리는 것에 불과함을 알았다. 그것은 사진의 초점과 앵글 노출의 변화 정도로 매순간 달라지는 숲의 표정을 포착 할 수 없음을 아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균형 잡힌 그래서 뻔한 구도의 사진을 탈피한다. 그의 사진특징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기존에 흔한 구도에서 벗어난 주변부가 불규칙하게 정리가 덜 된 듯 그래서 오히려 더 자유롭고 편안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때로는 원근감이 압축되어 원경과 근경이 평면적으로 붙어있어 마치 후기 인상주의회화를 보는 듯해서 매우 세련된 조형미를 보여준다. 한 장의 사진에 등장하는 여러 시각적 요소들은 화가의 붓 터치처럼 제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전체와 연결되는 기묘한 장면을 조형하는 가하면, 어느새 사람들의 속삼임과 움직임에서 정겨움을 포착한다. 한편 그의 사진은 새들과 거미줄, 안개, 눈, 이슬방울, 서리, 돌탑과 하천 등 숲속에 함께 공존하는 생태와 사계절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데 이 때문에 자연관찰 학습장 같기도 하다.
윤지한의 사진은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인천 대공원의 숲으로 이러한 사실을 꼭 집어 알려주지 않는다면 어떤 장면에서는 인공적으로 가꾼 공원의 숲으로 믿겨지기 어려울 정도로 원시림 적이다. 이것은 그가 비록 공원의 숲이지만, 그가 만난 자연을 자연답게 담으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윤지한의 작업은 단지 인천 대공원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것이다. 그는 자연 앞에서 자신만이 체험한 변화는 숲의 생명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빛으로 담아낸 것이다. 그의 작품에 색을 보면 이것을 쉽게 간파 할 수 있다. 하나의 대상이 어떻게 계절별로 변화 하는지 시간에 따라서 광선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는지, 식물과 꽃들에서 또 그 빛깔은 어떻게 피어나는지 가지각색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시간 때와 환경에 민감한 사진의 색은 어느 장면 하나가 더 튀거나 강조됨이 없이 놀랍도록 일관된 색온도를 유지한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자신만의 색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세상은 단 한순간도 동일한 색온도를 유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칫 잘 못하면 사진에 담겨진 색을 조정하지 못해 우리 눈에서 익숙하지 않는 색온도의 변화 때문에 매우 낯설고 이상한 색을 만나게 된다. 기본적으로 카메라에서 자동모드에 의해 색온도가 조절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동일한 색온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 이는 프린트 과정에서 작가가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다른 변화들을 일일이 조정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다분히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그러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작가의 의도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인간의 눈에 익숙한 그래서 자연스러운 색감을 재현하기위해서 노력한 흔적이다. 윤지한이 자연을 대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과도한 자신의 개성이 아니라 숲 속에 내재한 인간적 자연스러움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예술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삶속에 깃들어 있는 순수한 대지의 표상을 그 존재의 진리를 현현케 하는 것이라 했다. 그런 점에서 윤지한의 작업은 숲속에 깃들어 있는 생명의 근원이자 자연의 에너지원인 빛의 존재감을 인간적으로 끌어온 것이다. 윤지한의 사진에서 ‘숲’이라 말하면서 꼭 자연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다. 필자의 해석은 이렇다. 그는 혹시라도 이곳이 공원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까 친절하게도 숲 속에 텐트를 치고, 산책과 운동을 하는 인간의 모습도 잊지 않았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적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사실 한 몸이다. 이것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것은 온당치 안다. 윤지한의 작업에서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대척점의 자연이 아니라 우리 삶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지한의 인천 대공원은 휴식을 취하거나 오락의 장소로만 여기는 기능적인 도시경관 장식이 아니다. 이 삭막한 도시에서 만약 숲이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 가! 을 역설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그의 사진에서 새삼 우리에게 도시에서 자연이란 무엇인지? 숲의 소중함을 더욱 간절히 느끼게 한다.
이영욱(사진비평)
In the woods- Incheon Grand Park
There are spreading of light and breath capturing a moment in Yun Ji-han’s forest photos. The underlying presence of light to help life sprout, however, is hidden in a place out of sight. There is such a light revealing the shape and casting a color by directly lighting things and a beam of light like a waterfall on a dark background of backlight but the underlying presence appearing in Yun Ji-han’s photos lies in the change in four seasons and feast of mystical lights rising from various plants, trees and flowers.
Can it really see?
A light, the main material of photosynthesis raising life which may have spread along the stem of a plant is in the outside our field of vision but is the fundamental energy that can not be denied. In the woods, the clamor of life made by light takes place at every moment. Feeling its presence is to capture a truly awfully and slowly changing look in a moment like lightning. Although it is not sensed by human perception, the photo media captures the presence directly. It is not to observe with a photo projected on the x-ray beam. It means that due to the nature of the photographic image, you can experience the target that can be overlooked in daily life in your inner side deeply while observing and thinking it slowly as a still image. This is not a scientific observation but an experience of combining the phenomenological image of a photo with your memories and meeting with ancient transcendental ego. Even though it is not real nature, photo image imagination enables this. That is why fine details and subtle pose we commonly see in a picture can be caught in the practical eyes of the target while not being caught in the formal composition of the screen.
Yun Ji-han has recorded the same place as pictures for a long time. As a result, he came to have a large number of forest photos enough to compare and analyze the changing process of the forest. When realizing he cannot meet the same forest every time he goes, Yun Ji-han’s photo angle knows how reckless it is to formalize the composition on the frame. He realized that the composition captured in a picture is just playing cheap tricks in front of mysterious changes of nature. It was to know the forest’s look varying every moment cannot be captured by the focus of a photo and changes in angle exposure. Thus he chooses to escape from photos of the balanced so obvious composition. The feature of his photos is the irregularly less organized marginal area out of the existing common composition harmonizing with balance so rather more relaxed naturalness. Sometimes, the perspective is compressed and distant view and close-range view are attached two-dimensionally, showing very refined formative beauty like seeing post-Impressionism paintings. Like the brush strokes of a painter, many visual elements appearing in one picture capture affection in people's whisper and movements while forming a bizarre scene connected to the whole from each position. on the other hand, his photos can detect changes in four seasons and ecology coexisting in the woods such as birds and cobwebs, fog, snow, drops of dew, frost, stone tower, river etc. and are like a nature observation learning site because of this.
The forest in Yun Ji-han’s photos is the forest of Incheon Grand Park located in the city and the primeval forest hard to believe it as an artificial park forest in some scenes if not telling this fact. This results from this willingness to contain the nature he met as it is although a forest in the park. That is why Yun Ji-han’s work is not just a documentary that recorded Incheon Grand Park. He contained changing life in the woods he experienced on his own in front of nature with a light. This can be easily seen in the colors in this works. A wide variety of looks can be seen on how one target changes by season and how the direction of the beam is changed over time and how colors bloom in plants and flowers. The colors of photos sensitive to these various times and environment maintain amazingly consistent color temperature without emphasizing one scene more than others. This means that it has its own color as a whole. The world does not maintain the same color temperature even at a single moment. So if wrong, by failing to adjust the colors contained in the picture, we encounter very strange and unusual colors because of changes in color temperature not familiar with our eyes. Basically, the color temperature is adjusted by automatic mode in a camera but nevertheless, it is difficult to maintain the same color temperature depending on time and places. In the print process, an artist must adjust other changes one by one in order to maintain his own color. Although this is a quite technical issue, the intention of artists using such techniques is the trace trying to reproduce familiar to the human eye so natural colors rather than revealing their personality. What Yun Ji-han shows us targeting nature is to convey human naturalness inherent in the woods not his excessive personality.
In <Origin of Art Work>, Heidegger said the ultimate purpose of art is to manifest the representation of the pure land that nestled in human life and the truth of its existence. In that sense, Yun Ji-han’s work is not only the source of life that nestled in the woods but humanly draws the presence of light, the natural source of energy. It is questionable that 'Forest' in pictures of Yun Ji-han does not target only nature. The following is my interpretation. Afraid for the fact that he may forget that this place is a park, kindly, he did not forget people who set up a tent in the woods, talk a walk and exercise. It shows the cultural perspective where nature and man coexist in harmony. In fact, nature and man are one body. It is not fair to teach this dichotomically. What I want in Yun Ji-han’s work is not the nature of the antipodes but how to see the nature nestled in our lives. In that sense, Yun Ji-han’s Incheon Grand Park is not functional urban landscape decoration only regarded as a place of relax or entertainment. ‘How stuffy if there is no forest in this desolate city!’ is asked paradoxically. His photos make us feel what nature means to us and city; the preciousness of forests, more earnestly.
Lee Young-wook(Photo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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